8개월 전 감옥을 지은 자, 그리고 방금 탈옥한 자 - SaaS 시대의 끝
# 8개월 전 감옥을 지은 자, 그리고 방금 탈옥한 자
2025년 6월, 한 통의 이메일이 실리콘밸리를 술렁이게 했다.
AI 스타트업 Glean의 고객들은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Slack 데이터 변경으로 인해 당신의 데이터를 Slack에 가두어 검색 결과를 Slack의 기술 범위와 품질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Salesforce가 소유한 Slack이 다른 AI 기업들의 데이터 접근을 차단한 것이다. 고객이 허용해도.
8개월이 지났다. 2026년 2월, Klarna CEO 세바스찬 시에미아트코프스키가 20VC 팟캐스에서 선언했다. **"SaaS는 죽었다."**
8개월. 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쪽이 벽을 쌓는 동안, 다른 쪽은 벽을 허물고 있었다. 그리고 8개월이라는 시간은 누가 이기고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 벽을 쌓는 자 — Salesforce
Salesforce가 Slack 데이터를 가둔 이유는 "보안 강화"가 아니다. 2021년부터 투자해온 자체 LLM(CodeT5, CodeGen)이 진가를 발휘할 차례이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자기 모델이 먹어야 한다.
중세 봉건제에서 토지가 권력이었다면, AI 시대에는 **데이터가 토지**다. Salesforce는 자신의 영토에 담장을 쳤다. 겉으로는 정책 변경. 본질은 영토 선언이다.
이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자체 모델을 가진 자만이 벽을 칠 수 있다.** Google, Microsoft, Meta, Amazon, Nvidia — 이들 모두 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데이터를 가두고, 규칙을 정하고, "디지털 토지"를 임대한다. API 가격을 올리면 소작농의 수익성이 무너지고, 접근을 차단하면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라진다.
봉건제의 완성이다. 적어도 2025년 6월에는 그렇게 보였다.
## 그로부터 8개월 — 지형이 바뀌었다
그 사이 세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바이브 코딩이 일상이 됐다. SaaS 기업의 PSR이 20~30배에서 5~10배로 추락했다. AI 에이전트가 단순 자동화를 넘어 시스템 간 데이터를 옮기기 시작했다. a16z는 "에이전트가 전환의 마찰을 극적으로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이 무너지는 건 이미 뉴스가 아니었다. 진짜 변화는 그 다음이었다. **데이터를 옮기는 비용**, 그러니까 SaaS의 진짜 해자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2월, 실제로 그 해자를 넘은 기업이 나타났다.
## 벽을 허무는 자 — Klarna
세바스찬의 진단은 날카롭다. **"소프트웨어 생성 비용? 이미 무너졌다. 그건 첫 번째 해자일 뿐이다."** 진짜 해자는 전환 비용이다. CRM에 수년간 쌓인 고객 데이터, 그 벤더의 데이터 모델에 최적화된 구조 — 이것 때문에 기업들이 SaaS를 못 떠났다.
Klarna는 떠났다. **SaaS 1,200개를 정리**했다. Salesforce CRM도, Workday도 버렸다.
이유가 흥미롭다. 비용 절감이 아니다. **AI에게 줄 수 있는 컨텍스트의 질** 때문이다.
데이터가 Slack에 조금, Salesforce에 조금, Google Docs에 조금 흩어져 있으면 AI는 제대로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고객이 이자 계산 방식을 물으면, 문서가 아니라 소스코드 깊숙한 곳에 진짜 답이 있다. 여러 SaaS에 분산된 데이터로는 AI가 그걸 찾을 수 없다.
결과: **7,000명 → 3,000명 이하. 동시에 P2P 송금, 주식 거래, 국제 송금, 예금 서비스를 추가 투자 없이 출시.** 줄이면서 늘렸다. SaaS의 벽을 허문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Salesforce가 데이터를 가둔 지 8개월. Klarna는 그 감옥에서 걸어 나왔을 뿐 아니라, 감옥 자체가 필요 없는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 진짜 전쟁터
SaaS의 해자는 두 겹이었다.
1. **생성 비용** —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비용. 이미 무너졌다.
2. **전환 비용** — 데이터를 옮기는 비용. 지금 무너지고 있다.
Salesforce는 두 번째 해자를 사수하려는 마지막 저항이다. 데이터를 가두면 고객이 못 떠난다. 고전적이지만 현실적인 전략이다. 8개월 전에는 유효해 보였다.
하지만 세바스찬은 더 나아간다. "Company in a box" — 오픈소스 회계 소프트웨어, 오픈소스 CRM, 그 위에 Claude 에이전트. "이 인보이스 장부에 기록해줘." "내 현금 잔고 얼마야?" **작동했다.** 소규모 기업이 회계사무소에 이메일을 보내고 기다릴 필요가 사라지는 세계. 전환 비용 제로의 실체가 눈앞에 왔다.
8개월 만에 Salesforce의 담장은 이미 낡아 보이기 시작한다.
## 두 미래의 충돌
**시나리오 A: 봉건제의 완성.**
빅테크가 데이터를 독점한다. 자체 모델이 없는 기업은 소작농이 된다. API 가격은 지대(地代)가 되고, 플랫폼 정책은 법이 된다. 인공지능이라는 가장 미래적인 기술이 가장 원시적인 사회 구조를 만든다.
**시나리오 B: 해방.**
전환 비용이 제로에 수렴한다. 벤더 독립이 가능해진다. 경쟁이 폭발한다. 데이터가 흐르기 시작하면, 담장은 의미를 잃는다.
2025년 6월에는 시나리오 A가 압도적으로 보였다. 2026년 2월, 시나리오 B의 윤곽이 선명해지고 있다. 두 시나리오는 동시에 진행 중이고, 8개월 사이의 가속도는 벽을 쌓는 쪽이 아니라 허무는 쪽에 붙어 있다.
역사는 하나의 교훈을 준다. **봉건제는 영원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연대, 새로운 사고방식이 언제나 기존 질서를 무너뜨렸다. 다만 그 속도가 이렇게 빠른 적은 없었다. 8개월이면 충분했다.
당신의 회사는 지금 벽을 쌓고 있는가, 허물고 있는가?
아니,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8개월 후, 당신이 쌓은 벽은 아직 서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