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은 같아 보여도 - 무대에 새 배우가 섰다

이전 산업혁명들의 무대 위에는 늘 인간이 있었다. 이번엔 다르다 - 에이전트가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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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장은 같아 보여도 - 무대에 새 배우가 섰다
Photo by Simon Spieske / Unsplash

AI가 막 상용화되던 무렵, 모델이 얼마나 더 크게 나왔나, 무엇을 더 잘하는 모델이 나왔나 — SNS는 식견 경쟁의 자리가 되었다. 누가 더 일찍 알았고, 누가 더 아는지, 누가 더 식견이 높은지. AI 시대 이전에는 AI에 대해 한마디도 없던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글을 올렸다.


그러다 AI로 도메인 전문가 아님에도 개발자가 아님에도 이런 서비스를 이렇게 쉽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들이 범람했다. AI 기반 서비스의 범람. 그나마도 모델 성능의 업데이트로 쓰나미처럼 다 삼켜져 버렸다.


스타트업이 있었고, SaaS의 시대가 있었다. 고객의 문제를 풀어주는 서비스에 집중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 다음 자리는 다르다. 에이전트가 일을 대신 하는 시대다. 다만 대신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자기 일을 정의해야 하고, 그 정의마저도 에이전트에게 맡기려 한다. 그래서 에이전트가 더 필요해지고, 다양한 다수의 에이전트가 복합적으로 일하기 위해 플랫폼이 그 아래에서 다시 짜인다.


지금은 이런 시대를 지나는 중이다.
이전의 산업혁명들은 어떤 산업이 중심인지가 메인 흐름이었다. 무대 위에는 늘 인간이 있었다. 증기기관도, 전기도, 컴퓨터도 — 무대장치는 바뀌었지만 배우는 계속 인간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무대 위에 에이전트가 선다.
그 다음에 따라오는 질문들이 있다. 어떤 배우들이 있는가. 어떤 배우를 새로 발굴해야 하는가. 보수는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가. 배우가 어떤 역할을 해내야 하는가. 각 배우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업이 새로 생기고, 그 업에서 돌아가는 판이 생기고, 그 판에서 움직이는 객체가 정해지는 단계다.
플랫폼 위에 에이전트 거버넌스가 새로 호명되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다. 모니터링과 회고와 자율개선의 사이클 — 새 배우들의 행적을 기록하고, 약속과 결과를 대조하고, 어긋남의 이유를 묻고, 그 차이가 다음 공연에 반영되게 만드는 자리.


[지난 글에서 SaaS의 시대가 끝나는 자리를 봉건제로 봤다.] 봉건제가 무너진 다음에 플랫폼이 왔고, 그 위에 새 배우들이 들어와 새 무대를 채웠다. 그 무대를 운영할 새 인프라가 지금 같이 만들어지고 있다.


길게 보면 이 시기도 그저 되풀이되는 역사와 사이클의 일부일 뿐이다. 산업혁명마다 새 배우가 등장했고, 그때마다 그 배우를 평가하고 보상하는 새 인프라가 만들어졌다. 노동조합, 임금협상, 산업안전, 평가체계 — 매번 새로 짜였다. 이번엔 그 모든 게 에이전트 기준으로 다시 짜이고 있다.


돌멩이를 물에 던지면 파장이 생긴다. 또 다른 돌멩이를 던지면 또 다른 파장이 생긴다. 같은 형태, 같은 패턴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진동이 다르다. 그리고 어떤 진동은 훗날 쓰나미가 되는 원천이 된다. 그 쓰나미도 또한 역사와 사이클의 일부다.


다만 이번 사이클의 주기는, 이전 어느 때보다도 짧다.
지금 무대에 어떤 배우들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그 배우들을 누가 어떻게 볼 것인가 - 이 자리에 일찍 도착한 사람의 손에서 다음 시대의 인프라가 굳는다.
이 순간. 우리 모두가 그런 시기 안에 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진동을 만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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