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비싼 것은 로켓이 아니었다 — 활주로의 시대
AI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항상 로켓을 본다.
GPT가 몇 조 토큰을 학습했는지. 파라미터가 얼마나 커졌는지. 벤치마크를 몇 점 갈아치웠는지. 발사의 장관에 시선이 쏠린다.
그런데 하나 묻겠다. 그 로켓은 어디에 내리는가?
4개 회사를 모은 이유
2026년 2월, OpenAI가 Frontier Alliances를 발표했다. McKinsey, BCG, Accenture, Capgemini — 글로벌 컨설팅 4사와의 공식 파트너십이다.
구조를 보자.
- OpenAI Forward Deployed Engineers가 고객사에 직접 투입된다
- McKinsey/BCG가 전략과 운영모델을 설계한다
- Accenture/Capgemini가 시스템 통합과 데이터 연결을 맡는다
- 목표: AI Agent를 고객 핵심 업무에 production 수준으로 정착시키는 것
(OpenAI partners with McKinsey, BCG, Accenture, and Capgemini to push its Frontier AI agent platform — Fortune, 2026.02.23)
세계 최고의 모델을 가진 회사가, 모델만으로는 안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AI Agent를 만드는 건 OpenAI가 한다. 하지만 그것을 고객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 안에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것 — 전략을 짜고, 시스템에 연결하고, 사람들이 쓰게 만드는 것 — 은 4개 회사가 더 필요했다.
로켓은 만들었다. 활주로가 없었다.
20년 먼저 활주로를 깐 회사
이 구조를 보는 순간, 한 회사가 떠오른다.
Palantir.
2003년 설립. CIA 분석 플랫폼에서 시작해 2025년 매출 $4.4B, 전년 대비 53% 성장. 미국 국방부터 제조, 의료, 물류까지.
Palantir의 모델은 단순하다. Forward Deployed Engineers — 고급 엔지니어를 고객 현장에 직접 보낸다. 밖에서 만들어서 납품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운영 환경 안에서 시스템을 만든다.
(Everest Group: "Palantir — Inside the Category of One")
세 가지를 동시에 한다:
- 제품 — 통합 플랫폼 (Foundry, AIP)
- 현장 실행 — 엔지니어가 고객 운영 환경에 상주
- 운영 신뢰 — 미션 크리티컬 시스템을 직접 관리
대부분의 회사는 이 중 1~2개만 한다. Palantir는 셋 다 한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회사도 아니고, 컨설팅 펌도 아닌 "category of one"이라 불린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 한 번 들어가면 빠지지 않는다. 고객의 의사결정 체계가 Palantir 위에서 돌아가기 시작하면, 빼는 비용이 유지 비용보다 크다. 활주로가 조직의 땅에 박힌 것이다.
최근엔 더 나아갔다. AIP Bootcamp — 5일 만에 고객 데이터로 작동하는 AI 애플리케이션을 시연한다. 증거 없이 확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AI FDE — Forward Deployed Engineer 자체를 AI Agent로 만들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까는 작업마저 자동화하는 것이다.
수렴
두 사건을 겹쳐 보자.
| 기술 | 활주로 | 업무 | |
|---|---|---|---|
| Palantir | Foundry/AIP | FDE + 플랫폼 | 고객 의사결정 |
| OpenAI | GPT/Agent | FDE + 컨설팅 4사 | 고객 업무 프로세스 |
Palantir는 20년에 걸쳐 혼자 활주로를 깔았다. OpenAI는 4개 회사를 모아서 그걸 단기간에 복제하려 한다.
방향은 같다. 기술과 업무 사이의 실행 레이어 — 활주로 — 에 가치가 수렴하고 있다.
모델은 commodity가 된다. GPT든 Claude든 Gemini든, 성능 차이는 좁아진다. 전략 보고서는 실행 없이는 무력하다. 가치는 그 사이에 있다. 기술을 업무에 작동하게 만드는 층. 그 층을 가진 자가 이긴다.
$4.4B. 이것은 희망이 아니라 증거다.
컨설팅의 착지
이 흐름은 컨설팅 산업의 정체성도 바꾼다.
과거의 컨설팅: 문제를 정의하고, 보고서를 쓰고, 나간다.
지금의 컨설팅: AI Agent를 고객 업무에 정착시키고, 그것이 돌아가는 상태를 만든다.
가치가 "문서"에서 "정착"으로 이동했다.
McKinsey가 OpenAI의 파트너가 된 건, 전략의 가치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전략만으로는 AI 시대에 가치를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행까지 가야 한다. 활주로까지 깔아야 한다.
반대편에서 보면, 기술만 가진 회사도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세계 최고의 모델을 가져도, 고객의 업무 구조를 모르면 착지할 수 없다.
결국 양쪽이 같은 곳에서 만난다. 활주로.
활주로를 까는 사람들
코드가 완성된 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펌프와 파이프에서 이렇게 썼다 — 파이프가 없으면 펌프는 무력하다고.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AI는 멈춘다고.
활주로는 파이프의 다음 질문이다.
파이프가 데이터를 흘려보내는 문제였다면, 활주로는 AI가 조직 위에 실제로 내려앉는 문제다. 전략을 이해하고, 시스템으로 번역하고, 사람들이 쓰는 상태로 만드는 것.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업무 구조를 읽는다. 그것을 시스템 아키텍처로 바꾼다. 직접 만든다. 작동할 때까지.
이 사람들은 개발자라 불리기엔 비즈니스를 너무 깊이 안다. 컨설턴트라 불리기엔 코드를 너무 많이 쓴다. Palantir는 이 역할에 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이름을 줬다. OpenAI는 그 이름을 빌려왔다.
아직 보편적인 직함은 없다. 하지만 역할은 이미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할의 가치는, 양쪽 끝 — 기술과 전략 — 이 서로를 향해 수렴할수록 올라간다.
어디에 내릴 것인가
로켓의 시대는 화려했다. 매주 새 모델, 매달 새 벤치마크. 발사는 점점 쉬워진다.
착지는 점점 어려워진다.
AI가 조직에 실제로 작동하려면, 누군가 활주로를 깔아야 한다. 그 활주로는 전략과 기술 사이, 보고서와 코드 사이, 모델과 업무 사이에 놓인다.
Palantir는 2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 $4.4B를 만들었다. OpenAI는 4개 회사를 모아 그 자리를 사려 하고 있다.
당신의 AI는 지금 어디에 착지하고 있는가 — 아니, 착지할 곳이 있기는 한가?
참고:
- "Introducing Frontier Alliances" — OpenAI (openai.com)
- "OpenAI partners with McKinsey, BCG, Accenture, and Capgemini" — Fortune, 2026.02.23 (fortune.com)
- "Palantir — Inside the Category of One" — Everest Group (everestgrp.com)
- "The Next Frontier After FDE: the Multi-Agent Workforce" — magentIQ (bemagentiq.com)